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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김혜원/인연 20-2/장지판넬에 한국화물감,과슈,오일파스텔/60.6x72.7cm/2023/1,300,000.
김혜원 /인연 1-3/장지판넬에 한국화물감,과슈,오일파스텔/53x45.5cm/2023/900,000.
김혜원/인연 3-2/장지판넬에 한국화물감,오일파스텔/25x25cm/2024/500,000.
김혜원/인연 3-1/ 장지판넬에 한국화물감,오일파스텔/25x25cm/2024/500,000.

작가노트

파도가 부서지며 형성되는 ‘물결 라인’을 주제로, 즉흥적이고, 리드미컬한 라인이 수없이 결합하고 해제되는 형상을 ‘인연’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합니다
<인연 >
‘인연’ 시리즈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며 형성되는 ‘물결 라인’을 주제로 합니다. 이 물결 라인은 끝없이 이어져 실타래처럼 얽히며 결합하고 다시 해제되는데, 이는 털 뭉치처럼 복잡한 우리 삶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삭막하고 고독한 현대인의 삶이 사실은 ‘인연‘이라는 단어를 잊고 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지고 흩어짐의 반복인 ‘인연’을 기본으로 하는 인간의 삶을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당연한 우리의 관계를 되짚어 이웃 간의 교감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자란 저에게 바다는 언제나 마음속에 존재하는 고향과 같은 존재로, 예술적 영감의 원천입니다.
자연의 바다 형상은 어떤 때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하나의 색면으로 느껴지고, 또 어떤 때는 미세한 물거품과 물결 그리고 그 사이사이 빛나는 크고 작은 윤슬들과 같은 세세한 모습들과 다양한 컬러들이 눈에서 마음으로 들어오며 복잡한 심상과 형상으로 다가옵니다.
. 강이나 호수와는 다른 격정을 품은 바다의 ‘물결’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관계 즉 ‘인연’을 보여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물결을 표현하고 있으면 마치 털뭉치 같은 형상이 되는데, 이 털뭉치 속 실 한줄을 길게 잡아당기면 관계의 접점에서 다시 오롯이 하나의 선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얽혀 있던 우리의 인연과 자아 또한 다시 홀로 돌아옴에 대한 여정을 나타냅니다. 물결 사이사이 작은 점들로 표현된 ‘윤슬’은 우리 인생의 매 순간들을 짚어주며, 그 시간들을 빛내 줌으로써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되새기고 격려해줍니다
그림의 기본 배경이 되는 하늘은 바다를 머금고, 바다는 하늘을 삼켜, 그 둘은 하나가 되어 물결이 모이는 곳에서 같은 색을 내고 흩어져 각자 자신만의 빛깔과 형태를 만들어 나만의 길을 오롯이 뻗어 나갑니다. 바다위에 점점이 내려앉은 빛나는 윤슬은 같은 듯 다른 인연의 실타래 속에서 각자의 인생을 조망하고 비추어 앞을 환하게 밝혀줌을 표현합니다.
저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주로 한국화 재료인 장지 위에  포슬 포슬하고 따뜻하며 오묘한 색감이 은은하게 우러나오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겹의 한지로 이루어져 있는 장지 위에 수차례 색을 올리고 말리는 수행과 같은 작업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위에 즉흥적이고 리드미컬한 라인을 수없이 그려 냄으로써 우리의 인생을 아로새기듯 다양한 필압과 방향성을 느끼며 반복합니다. 이 물결 라인을 올리는 작업은 하나하나 우리의 인생을 상징하는 만큼 자연스럽지만 신중하게 이루어집니다. 이 물결 라인은 곡선을 기본으로 하며, 의도된 선과 우연의 선을 교차해 가며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한 이 작업은 그 과정속에 마음의 정화와 치유를 담고 있어 저의 작품을 바라보는 이에게 그 마음이 동일하게 전이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손끝에서부터 시작되어 반복되는 여정은 새로울 것 없는 일상속에서 우연의 모여듬과 흩어짐으로 새로움을 만들어주고 단단한 자아가 되기를 소망하며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의 흔적에 삶과 인연을 얹는 작업을 합니다.
중용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