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

Lily / 무제 / Print on cotton cloth / 신한 110-345-689831 원서울 / 50.0 x 50.0 / 2024 / 1,000,000

작가노트

한 때, 그리는 모든 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면 했던 적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너무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그 이면에 호기심을 갖던 나라서, 그런 스스로가 버거워서 그랬던 것 같다. 서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때와 동일한 갑갑함이 훅훅 올라올 때면 아이 패드를 꺼내어 '적당한 마음의 해방'과 '적당한 미적 강박' 그 사이에서 거슬릴 것 없는 정도를 찾아 그림을 그려나간다. 말도 의미도 많은 세상에 의지 없이 태어나 시간을 견뎌내며 생긴 삶의 응어리들을 풀어내기 위한 스스로 하는 미술 치료와 같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온 이 작품들은 어쩌면 점, 선, 면 그리고 색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적 비밀 일기일 수도, 혹은 자신에게 입혀질 수많은 의미들을 기다리는 백지일 수도 있다. 작가에 의해 어떠한 형태로 세상에 던져졌지만, 스스로를 모르는 이 작품들에게 의미라는 위로가 주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