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허무로 가는 길_(fog) / photogram, gelatin silver print/ 35x27 / 2023 / 650,000
박수경/ 물의 도움으로 흔들리는 나무 / photogram, gelatin silver print / 25x20 / 2023 / 400,000
작가노트
사진의 고전적인 암실 프로세스를 표현의 수단으로 가져와 익숙했던 매체를 바라보는 태도에 의문을 가지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허무로 가는 길(fog)> 시리즈는 실험적인 사진 조각을 기반으로 몸에 익은 감각의 언어를 비워내기 위한 시도이다. 오래되어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종이 위에 그린 사진, 하나의 점을 찍는 것을 시작으로 불규칙한 패턴을 그리며 확장되어가는 빛과 그림자 등 필연적인 우연과 반복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사진 조각들은 개인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기억 속 세계와 맞물려 하나의 장면을 이룬다.
나른하고 소박한 공원에서 만난 가을 우물,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떠다니는 새하얀 빛 처럼 손끝에 잡힐 듯 스쳐가는 희미한 장면들은 관람자의 경험에 따라 미화되기도 하고 때때로 작은 슬픔을 남기기도 한다. 미지의 여정 속 발현된 심상의 언어들은 복제가 용이한 기록 매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이며 기억을 변주하여 저장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