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 / 틈새 / 장지에 채색 / 110-442-069440(신한) / 58.5×81cm / 2023 / 1,100,000
김가은 / 선잠 / 캔버스에 유화 / 110-442-069440(신한) / 72.7x90.9cm / 2023 / 1,200,000
작가노트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잠을 잔다. 잠이란, 어쩌면 한 인간의 모습 중에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 적인 모습일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에 빠진 모습은 한 인간이 살아가며 가질 수 있는 무게 중 가장 무거운 순간이며 진정한 자신을 보이는 순간일 지 모른다. 내가 담고자 하는 잠의 모습은 진실로 자는 사람의 모습이다. 꾸며진 이미지가 아닌 깨어 있을 때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중력에 의해 늘어진 그 날것의 모습이다. 또한 나의 애정의 대상들의 자는 모습에 애착과 흥미를 느끼기에 주로 가족들의 모습을 수집하곤 했다.
자는 가족들의 모습을 수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외로움에서 시작되었다 생각한다. 이 외로움은 내가 홀로 남겨지게 될 것만 같은 불안함으로 변환되어 나의 가족들에게 표출되곤 했다. 특히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눈을 뜨고 누운 채 어둠을 올려다보고 있자면 불안함이 나를 발끝, 손끝에서부터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무게로 나를 저 밑의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그 무거움 속에서 나는 손 하나를 뻗어 옆에 누워 자는 가족의 오므려진 손 사이에 내 손을 비집어 넣고 자꾸만 식는 내 손의 모든 면에 그 온기를 담고 자 계속해서 부대꼈다. 손에서 전해져 오는 그들의 맥박 소리와 조용하게 반복되는 숨소리를 느끼며 그들이 이 공간에 존재함을 확인하고 그 따뜻함에 나의 마음을 기대곤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위안은 그 리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굳은 채 늘어져 자는 그들의 품과 손은 내가 힘을 풀면 나를 놓고 원상태로 돌아간다. 나를 온전히 감싸주지 못하는 그들의 느슨한 온기는 이 순간마저 사라져 다시 홀로 남게 될 것 같은 불안함으로 다시 돌아갔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홀로 감당해야 하는 각자의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잠을 자는 모습을 그리며 나는 외로움을 마주한다. 나아가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 각자의 불안함까지 위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